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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] 4편. 전공의의 하루를 따라가보자.

by 별하나 반짝 2025. 6. 6.

생존과 성장 사이, 감정과 책임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전공의. 그 하루를 따라가며 진짜 병원 안의 이야기를 체험해 보세요.


🌅 04:30 AM –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시작이다

알람이 울리기도 전, 눈이 먼저 떠졌다. 몸은 침대에 눌러붙어 있지만 머릿속은 이미 회진 준비 중이다. "교수님 회진 7시니까 6시 반 전에 병동 가야 하고... CT 결과는 어제 올라왔던가?" 생각이 꼬리를 문다.

샤워는 3분. 아침은 패스. 어제 급하게 인쇄한 차트 종이들을 가방에 쑤셔넣고 집을 나선다. 커피? 꿈도 못 꾼다. 병원 불빛은 이미 깨어 있고, 세상은 아직 어두컴컴하다.

🩺 06:00 AM – 회진은 매일, 시험처럼 시작된다

병동에 도착하자마자 전산 확인. 밤새 열이 뛴 환자, 약이 바뀐 환자, 갑자기 숨 가빠진 환자...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차트를 열고, 메모하고, 종이에 정리한다.

교수님이 도착하신다. 공기 자체가 바뀐다. 발표 중 실수 하나 하면 곧바로 지적. 보호자들은 그 옆에서 조용히 우리를 바라본다.

“선생님, 이 환자 지난주랑 같은 패턴이었잖아요? 기억 안 나요?”

얼굴이 화끈거린다. 실수는 환자의 불안을 낳고, 내 말 한마디가 곧 병원 전체의 신뢰로 연결된다.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, 더 무거운 시간.

🏥 09:30 AM – 외래, 숨 쉴 틈 없이 흐른다

회진이 끝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외래 동행. 교수님이 환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진단 결과 정리, 검사 설명, 다음 환자 확인을 반복한다.

교수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환자들의 시선은 온전히 나에게 온다.

“이 약 먹으면 낫는 거예요?” “다시 아프면 또 입원해야 하나요?”

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하려 애쓰지만, 머릿속은 이미 다음 환자의 정보로 가득 차 있다. 점심시간은 이미 지나버렸고, 마실 물조차 떠올리지 못했다.

⚠️ 15:00 PM – 생명 앞에선 시간도 없다

신규 입원 2명, 퇴원 1명, 호출 4건. 중환자실 환자 한 명은 산소 포화도가 떨어졌고, 또 다른 환자는 고열로 상태가 불안정하다.

빠르게 판단하고 처방. 간호사 선생님과 눈빛으로 대화하며 응급조치를 한다. 말이 오가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들.

동시에 머릿속은 되묻는다. “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?” 이 불안은 퇴근 후까지 나를 따라다닌다.

🌙 18:30 PM – 하루의 끝, 당직의 시작

근무는 끝났지만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. 오늘은 당직이다. 도시락은 차트 입력하면서 한 입씩. 응급실 호출이 이어지고, 새로운 환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.

어느새 새벽 2시. 호출기 진동에 겨우 눈을 뜨고 응급실로 향한다. 졸음을 참으며 문진하고 판단을 내리는 그 순간, 의사로서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다시 또렷해진다.

🌄 06:00 AM – 다시 내일을 향해

창밖이 밝아온다. 누군가는 지금 하루를 시작하겠지만, 나는 이제 겨우 하루를 마친다.

탈의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,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.

“그래도, 오늘... 누군가를 살릴 수 있었던 하루였기를.”

✍️ 전공의의 하루는 드라마가 아니다

의사는 화려하지 않다. 감정은 눌러야 하고, 실수는 허용되지 않으며, 감동은 아주 가끔 찾아온다.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작은 순간을 위해 오늘도 병원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.

이 글이 당신에게 전공의의 하루를 조금 더 진하게, 조금 더 깊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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